sin과 cos는 그림자다
을 “사인은 빗변분의 대변”이라고 주문처럼 외운 기억이 있다. SOH-CAH-TOA. 외우면 시험은 넘어가지만, 원 위의 점 를 만나는 순간 다시 헷갈린다. 어느 게 x고 어느 게 y였더라? 요즘 수학이 자꾸 암기과목이 되는 자리가 딱 여기다. 그런데 이건 외울 게 아니라 그림자를 보면 그냥 보이는 이야기다.
그 전에 — sin, cos도 결국 비율이다
라디안은 호 : 반지름, 파이는 둘레 : 지름이었다. 둘 다 길이 대 길이의 비율. 삼각함수도 같은 종족이다.
= 대변 ÷ 빗변, = 밑변 ÷ 빗변. 여기까진 다들 아는 이야기다. 문제는 이 분수가 원 위의 점 좌표로 바뀌는 순간 연결이 끊긴다는 것.
빗변을 1로 세우면 — 비율이 그림자가 된다
= 대변 ÷ 빗변에서 빗변을 반지름 삼아 길이 1로 세워보자. 그러면 분모가 1이라 사라지고 — = 대변 ÷ 1 = 대변, 곧 높이 그 자체.
분수였던 것이 길이 하나로 납작해진다. 이 높이가 바로 점을 옆에서 비췄을 때 벽에 지는 그림자다. 같은 식으로 는 위에서 비췄을 때 바닥에 지는 그림자 — 가로 위치. 점을 돌려보자.
- 위에서 온 빛(햇빛처럼 평행)이 점을 바닥(x축)에 떨군 그림자 = . 가로 위치.
- 옆에서 온 빛이 점을 벽(y축)에 떨군 그림자 = . 높이.
그래서 원 위의 점은 언제나 (가로 그림자, 세로 그림자) = 다. 더 이상 외울 게 없다. x는 바닥 그림자, y는 벽 그림자 — 빛을 어디서 쏘는지만 기억하면 된다. 2사분면으로 넘겨보면 바닥 그림자가 왼쪽으로 가며 가 음수가 되는 것도, “그림자가 원점 왼쪽에 졌다”로 그냥 보인다.
작은 주의: 그림자가 좌표와 정확히 같으려면 빛이 평행이어야 한다. 전구처럼 한 점에서 퍼지는 빛이면 그림자가 좌표와 어긋난다. 그래서 위 그림의 빛은 전부 나란한 화살표 — 먼 곳의 햇빛이다.
왜 하필 반지름을 1로?
“빗변을 1로 세운다”는 건 우리가 임의로 고른 것이다. 사실 반지름이 얼마든 상관없다 — 삼각비는 비율이라 원이 커지든 작아지든 값이 안 변하니까(그림자와 반지름이 함께 커진다). 이왕 크기와 무관하다면 제일 깔끔한 반지름 1을 고르는 게 이득이다. 그러면 분모가 사라져 나눗셈이 필요 없고, 그림자 길이가 곧 sin·cos 값이 된다. 단위원은 약속이 아니라 가장 편한 눈금을 고른 결과다.
남은 이야기 — 그림자를 시간 위에 늘어놓으면
점이 원을 빙글빙글 돌 때 벽에 진 그림자(높이)를 시간축으로 쭉 늘어놓으면, 그 궤적이 바로 사인 곡선이 된다. 원운동과 파동이 왜 같은 놈인지가 그림자 하나로 이어진다. 그리고 방금 미뤄둔 질문 — 반지름을 1이 아니라 더 키우면? 그림자도 그만큼 커지니, 사인 곡선의 높이(진폭)가 덩달아 커진다. 원의 반지름이 곧 파동의 진폭인 셈이다. 그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한 편 값어치가 있어서 — 다음 공책에서.
삼각함수는 외우는 공식이 아니라, 원 위의 점이 벽과 바닥에 떨구는 두 그림자다.